어렸을 때, 엄마를 보면 다리에 작은 멍하나.
멍에 대해 물어보면,
"그래? 언제 그랬지? " 하셨다.
그게 영 이상했었다.
멍 들정도면 어딘가 부딪힌 건데, 아팠을텐데 몰라???
나이 들어보니 알겠다.
그 때 엄마는 진짜 몰랐던 것이다.
나도 애들이 엄마 왜 그래? 해서 보면, 멍이 있다.
아무리 기억해봐도 부딪힌 기억이 없다.
심지어 멍이 제법 큰 것도 기억을 못한다.
분명 부딪히면서 아팠을텐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이다.
감정도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 새벽부터 낮까지 어떤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있었다.
결과를 알 때까지 담담하게 있었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문제는 밤에 생겼다.
아니, 생각해보니, 실은 낮부터 그랬다.
낮에 빵 한조각 먹었는데, 이상하게 속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
빨리 먹었나? 아닌데...... 하며,
따뜻한 물을 연신 마셔서 내려보낸 것이 기억난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밤이 되니, 갑자기 위가 아프기 시작한다.
울렁거려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손가락을 땄다.
체하는 것이 오십년 살면서 열손가락도 안 될 정도로, 내 소화기관은 괜찮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럴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긴장했었구나!
결과를 알기전까지 덤덤한 게 아니라,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소화기관도 긴장해서, 빵 조각 하나 내려가지 못했던 것이다!
불안했고,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멍들 정도로 부딪혀도 모르듯,
감정에 멍이 들어도(긴장) 모르고 있었구나!
나이든다는 것은, 무뎌지면서 마음의 평화가 오는 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온 소피가, 할머니가 되어서 좋은 점이 놀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실은 내 감정은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몸의 체기가 말해주듯)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감정을 발견하는 것의 무뎌짐.
몸의 건강을 잘 챙기지 않은 것에 대해 나 자신에게 사과하며 챙기고 있었다.
감정에게도 사과한다.
미안하다.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이제는,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께.
아마 내 감정에만 무뎌진 것이 아닐게다.
가족들에게도, 타인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사람들을 보면,
나이들면서 주변을 더 돌아보고, 챙기고, 나누고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공감해야 가능한 것이다.
난, 거꾸로 하고 있었다! (회춘인가?? ㅎㅎㅎㅎㅎㅎ............ㅠㅠ)
어쩌면 나는,
감정을 알아차리면, 약해진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것과
그것에 매몰되는 것은 다르다.
이젠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그대로 인정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