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돌아보기 10

연말결산 ]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많이 들은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많이 한 말은 기억난다.      "기억안나..!"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기억이 삭제된 적은 없는 것 같다.일상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으니 괜찮은데, 업무나 혹은 중요한 생활기록까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잦았다.건강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고, 특히 뇌건강(치매)을 더 신경쓰고 있어서 염려가 된다.  별 수 있나!기록을 계속 하는 수밖에.마감일기 혹은 업무마감일지를 쓰는 게 방법이겠지. 대충 썼었는데, 꼼꼼하게 써보자.  그나저나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뭐지?? "괜찮아?" 이 말을 몇 번 들었다. 또 뭐가 있지?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추가해보자!

오십 돌아보기 2024.11.28

오래된 셔츠 2장 since 1988

나에게 오래된 체크무늬 셔츠 2장이 있다. 같은 패턴이고, 색상이 다르다.고등학교 입학 후 아파트 앞 상가 2층의 옷가게에서 엄마가 사주셨다.36년이 지난 지금도 잘 입는다. 이젠 여기 저기 작은 구멍들이 있긴 하지만, 괜찮다.  이 셔츠는 나를 따라 유럽에도 다녀왔고, 아이들을 키울 때에도 편하게 잘 입었다.얇고, 입으면 따뜻하고, 가볍다.요즘엔 이런 소재의 옷을 찾아볼 수 없다. 오래되어 재질을 알 수 없다.  이 셔츠가 아이들 키우면서 더 좋았던 이유는 바로 양쪽 가슴에 있는 두 개의 주머니 때문이다.셔츠 주머니가 보통 1개인데, 이 셔츠는 대칭으로 2개가 있고, 중간에 주름과 포켓까지 있다.이 독특한 주머니 덕에, 나는 편하게 노브라로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편한 브래지어도 많이 나와있고, 브..

오십 돌아보기 2024.11.15

라떼는 말야~ : 학력고사 시절

오늘은 수능날이다.내가 처음 대학입시를 보던 때는, 12월이었다.나는 학력고사 세대다.  12월 중순께였고, 이상하게 날이 따뜻하다가도 학력고사날만 되면 그렇게 추웠다.매년 그랬다. 신기했다.  수능으로 바뀌면서 11월로 변경된 것 같다.나는 수능세대다. 대학교를 졸었하고도 2년이 다 지나 수능을 봤고, 다시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내 이십대는 팔자(!)에도 없는 대학생활을 하느라 모두 지나가 버렸다.  내가 본 수능은 4년차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수능은 문제가 꽤 괜찮았다. 암기만 하는수험생보다 문제를 이해하고,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수험생에게 유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암기로만 점수가 높았던 학생은 점수가 떨어지고, 종합적이고 다각도로 사고하는 학생은 점수가 잘 나왔다고 들었다.  나는 어땠..

오십 돌아보기 2024.11.14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다!

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보는 멋진 일이 일어났다!십몇년 전인가, 시인이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뉴스를 보면서도,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온다는 것에는 회의적이었다.  한글로 쓰여진 글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말의 맛깔남이 번역이 될까?혹은, 지금의 (국가, 경제 등의) 어지러움, 국위격하의 시대에 가능한 일일까?나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민음사TV의 노벨상 발표 생방송을 보면서, 에이~ 일이나 하자! 하면서 일만 했더랬다.(마감일이라 정말 바빴다)자정에 일을 마친 후, 속보를 보고 정말 놀랐다!민음사TV 라이브 영상을 돌려보았다. 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요즘같은 암울한 시기에, 정말 가뭄의 단비같은, 아니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오십 돌아보기 2024.10.12

나는 오십이년을 살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래도 괜찮게 산 삶이었다.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상황보다 크게 존재하는 힘이 생겼으며,버티는 것에 애쓰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시간을 되돌려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가끔 예능에서 본다.그럴 때 나도 곰곰히 생각해본다.사십대 초반만 해도, 스무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했다.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지금 이 순간이 나의 가장 젊은 시절임을 인지하고 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삶의 사람들과 삶의 지혜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때 가볍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비어있고 의미가 없다는 것! 그 조차도 비어있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가벼움을 주던지.오십이년을 살아온 나 자체를..

오십 돌아보기 2024.10.08

백발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하나 둘 씩 나던 흰머리는 이제 제법 많이 보인다.어디는 뭉쳐서 브릿지 넣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염색을 해 본적이 없다. 앞으로도 염색할 생각은 없다.나는 어서 백발이 되고 싶다.애들이 어정쩡한 머리길이를 거지존이라고 하는 것처럼, 지금 내 머리카락 상태는, 흰머리 거지존 같다. (ㅋ~)  염색은 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처럼 숏컷에 굵은 펌은 계속 하고 싶다.펌을 하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눌려서 많이 웃기기 때문이다.백발이 되면 괜찮으려나??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 주름도 머리카락 색깔도 자연스럽게...아, 점같은 것들은 좀 빼고 싶긴 하다. 쥐젖이나 사마귀 따위 말이다.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들이 훨씬 적은 나이가 되었다.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많은 돌발 상황들..

오십 돌아보기 2024.10.03

외숙모, 안녕!

나에게는 다섯분의 외숙모가 계신다. 며칠 전, 세째 외숙모가 돌아가셨다. 큰외숙모, 둘째 외숙모는 이미 오래 전 돌아가셨고, 네째 외숙모는 작년 가을 돌아가셨다. 어린 시절 외가는, 항상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 분들 중 세째 외숙모는 언제나 웃는 얼굴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말씀시는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엔, 며느리 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외숙모들은 어떠셨을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특히 어머니께 전해들은 세째 외숙모는 결혼하면서부터 시모부와 시동생, 시누이들이 북적한 집에서 함께 사신 분이셨다. 어머니께도 잘 해 준 올케언니였다. 내가 기억하는 세째외숙모는 특히 목소리가 인상적이셨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외숙모의 은근한 사투리와 허스키한 목소리, 그 소리에 담겨있는 ..

오십 돌아보기 2024.03.05

3년은 지나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던 외숙모. 안녕!

3년은 지나야 좀 나아져. 5년 지나면 괜찮아지고. 엄마 잘 챙겨. 너도 잘 챙기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제 어깨를 토닥여주시며 말씀해주신 것 기억하고 있습니다. 외숙모 말씀처럼 3년이 지나니까, 좀 나아지더라고요. 서구적 미인형 얼굴에 키도 훨칠하니 크셨던 외숙모! 요즘에 태어나셨더라면, 모델을 하셨을 것 같아요. 외숙모의 손맛이 좋으셨던 것도 기억합니다. 마냥 저에게 다정하게 해주셨던 외숙모의 삶이 어떠셨는지, 생각한 적이 없네요. 정신없던 장례식장에서 저에게 이것저것 알려주셨던 것, 정말 감사합니다. 그 인사도 하지 못했어요... 외숙모께서 떠나신 다음에야...이렇게 글로 주절거립니다. 그곳에서 외삼촌 만나셨지요? 저희 아버지도 만나시면 안부 좀 전해주세요! 멋진 외숙모, 안녕!

오십 돌아보기 2023.10.16

빈집의 엄마가 되었다

엄마 없는 빈집에 들어가기 싫었었다. 유치원 시절, 국민학교 시절, 중학교 때도. 그런데 지금 내가 그 빈집의 엄마가 되었다. 세 시간 거리의 지방에서 일한 지 벌써 넉 달째. 고등학생 막내는 혼자 있을 때가 많다. 진로, 학교 생활 등으로 고민 상담할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 나는 계속 지방에 있고, 주말에 집에 가도 거의 하루종일 자거나, 업무를 한다. 막내에게 엄마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내 학창 시절의 엄마는 그래도 매일 밤 집에서 얘기할 수 있었는데, 지금 우리 막내는 그런 엄마가 없다. 거의 매일 야근으로 피곤에 찌들다가도, 단순 노동을 할 때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때 요즘 말로 현타가 온다.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예쁜 내 아이들 보지도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있을 ..

오십 돌아보기 2023.09.13

나를 과거의 어느 시절로 보내는 노래들

어떤 노래들을 들으면, 과거의 어느 시절로 순간 이동한다. 내가 경험했던 시절이 아니라, 책, 뉴스, 영화 등에서 본 시절이다. 특히 나는 60~70년대에 스무살인 사람들의 시대(?)의 감성을 확 느낀다. 물론 이것은 가짜다. 내가 경험해 본 것이 아니고, 누군가 그렇게 경험한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저 나의 상상속의 감성이다. 어제는 현진영의 '편지'가 그랬다. 김광진 아저씨를 좋아한다. 그러나 김광진 아저씨의 편지에서는 그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복면가왕에서 부른 현진영의 "편지"를 들으면, 뭔가 애틋하고, 안타깝고, 살짝 가슴 한 구석은 아린 감정이 든다. 그러면서 흑백필름으로 많은 장면들이 떠오른다. (아마 어린시절 영화에서 본 장면이거나, 학창시절 읽었던 60~70년대 배경 소설의 장면이겠지..

오십 돌아보기 202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