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중증아토피 2

2002년, 녀석과 처음 만나다 (전신 중증 아토피)

어쩌다보니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 되었다. 무뚝뚝하고 목석같던 나는, 아기를 키울 때는 그렇게 잘 웃었더랬다. 세 아이 모두 표정이 풍부한 것은, 아마 아기때 구연동화 선생님처럼 다양한 표정와 활짝 웃는 얼굴로 말한 내 덕분일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난 아기를 좋아했다. 아기와 나만 남으면 활짝 웃으며 까꿍놀이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훗날 mbti를 해보고, 무뚝뚝하고 목석같던 내가, 아기들만 보고 활짝 웃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intj는 반려식물과 반려동물에게는 그렇게 활짝 웃는다고....) 아토피가 나타나고, 점점 전신으로 퍼지고, 괴로워하는 아기를 보며 활짝 웃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기를 얼르며 활짝 웃다가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 온몸의 진물은 아기의 내복에 달라..

카테고리 없음 2022.08.08

더러운 피

둘째는 생후 6개월에 아토피가 생겼다. 왼쪽 볼에 50원짜리 만한 동전크기의 도돌이들이, 어느 날부터 진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전신으로 퍼진 것은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전신 중증 아토피. 그 조그만 몸에 뭐 날 게 있다고, 진물 흐르는 빨간 도돌이들이 온 몸을 점령했다. 아기는 밤새 잠을 못자고 이리저리 부벼댔다. 등에 업고 있으면, 면티셔츠에 계속 얼굴을 부벼댔다. 태어나 처음 맞는 한겨울의 한밤중에, 가려워서 울고 부비는 아기를 업고, 몇 시간이고 아파트 밖을 서성였다. 새벽 2시의 차가운 바람이 닿으면 그나마 좀 나은 듯했다. 포대기에 아기를 업은 채, 노란 방풍점퍼로 아기 머리위부터 덮었다. 아직도 그 노란 색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파트의 실내온도는 최대한 낮게했다. 건조해지는 것을 막..

카테고리 없음 202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