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날이다.
내가 처음 대학입시를 보던 때는, 12월이었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다. 12월 중순께였고, 이상하게 날이 따뜻하다가도 학력고사날만 되면 그렇게 추웠다.
매년 그랬다. 신기했다.
수능으로 바뀌면서 11월로 변경된 것 같다.
나는 수능세대다. 대학교를 졸었하고도 2년이 다 지나 수능을 봤고, 다시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이십대는 팔자(!)에도 없는 대학생활을 하느라 모두 지나가 버렸다.
내가 본 수능은 4년차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수능은 문제가 꽤 괜찮았다.
암기만 하는수험생보다 문제를 이해하고,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수험생에게 유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암기로만 점수가 높았던 학생은 점수가 떨어지고, 종합적이고 다각도로 사고하는 학생은 점수가 잘 나왔다고 들었다.
나는 어땠을까?
살아온 세월이 그래도 뭔가 배우게 했는지, 학력고사 때보다 수능 때 석차가 월등히 높았다. (최상위권!)
물론,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 내가 선택했기에, 자발적으로 내가 입시를 다시 하겠다고 했기에 물러설 곳이 없었다.
울면서 공부했다. 참 바쁘게 그 시간들을 보냈다. 27년 전, 그렇게 수능을 봤었다.
지금의 수능은 어떠한가?
도로 학력고사때로 돌아가 단점만 갖고 있단다.
수능을 처음 만들던 선생님들 중의 한 분의 인터뷰를 봤고, 이렇게 된 것에 통감하고 계셨다.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나도, 그 얘기를 들으면서 마냥 미안한 감정을 가진 기억이 난다.
왜 이 사회는 아이들을 이렇게 내몰고 있는가.
경쟁은 우리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 이렇게 나라가 발전했으면, 북유럽국가들처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의 삶은, 분명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인정한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떠한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지 살펴보고 있기는 한가!
꼭 그 길이 아니어도 길이 있다는 말은, 오히려 입시와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시간이 지난 20대 후반에서 30대들이 가장 많이 한다.
(물론 그들도 그들 세대 중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는, 오륙십대는, 왜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우리가 다 성실하게 치열하게 살아서 이뤘다고, 그렇지 않은 너희는 성실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게 타당한가!
아니, 이건 (오륙십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나만의 편견일 수도 있다.
우리세대가, 아이들세대에게 성실하지 않다고 말한 것 뿐 일수도 있다. 우리가 아는 성실함의 척도가 그것뿐이어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오늘 낮에 내 세대의 꼰대(라고 하고 싶다) 한 사람과 위 주제로 언쟁을 했다.
성실하지 않고, 꿈이 없고, 부모가 다 해주는 젊은이들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우리다!
그들의 부모가 우리 세대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이제,
멈추자.
아이들이 꿈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가장 자신다움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록 기다려주자.
당신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저 기다려보자.
숨 한 번 들이키고, 기다려보자.
진심으로 아이들을 응원하며서 기다려보자.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안다.
당신이 진심으로 응원하는지, 속으로 다른 생각하면서 겉으로만 그러는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내 안의 진심을 들여다본다.
진심아래에 자꾸 다른 마음이 올라온다면, 멈추고, 말로 선언해본다!
나는 기다리고 있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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