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돌아보기

오래된 셔츠 2장 since 1988

viva J 2024. 11. 15. 23:41

나에게 오래된 체크무늬 셔츠 2장이 있다. 같은 패턴이고, 색상이 다르다.

고등학교 입학 후 아파트 앞 상가 2층의 옷가게에서 엄마가 사주셨다.

36년이 지난 지금도 잘 입는다. 이젠 여기 저기 작은 구멍들이 있긴 하지만, 괜찮다.

 

 

이 셔츠는 나를 따라 유럽에도 다녀왔고, 아이들을 키울 때에도 편하게 잘 입었다.

얇고, 입으면 따뜻하고, 가볍다.

요즘엔 이런 소재의 옷을 찾아볼 수 없다. 오래되어 재질을 알 수 없다.

 

 

이 셔츠가 아이들 키우면서 더 좋았던 이유는 바로 양쪽 가슴에 있는 두 개의 주머니 때문이다.

셔츠 주머니가 보통 1개인데, 이 셔츠는 대칭으로 2개가 있고, 중간에 주름과 포켓까지 있다.

이 독특한 주머니 덕에, 나는 편하게 노브라로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편한 브래지어도 많이 나와있고, 브라탑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내가 출산했을 때만 해도 그런 제품이 없었다.

브래지어는 모두 형상기억합금이라는 철사가 들어있고, 가슴의 모양을 잡아준다는 이유로 혈액순환을 막았다.

 

 

수유를 하면서 노브라 생활을 하며, 브래지어가 얼마나 나빴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겨드랑이 색의 변화였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시커멓던 겨드랑이가 뽀얗게 변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여러 추론과 자료를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혈액순환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사춘기가 시작되며 처음 브래지어를 사용한 날부터, 출산전까지 잘 때도 절대 풀지 않았던 갑옷!

그만큼 나는 고지식했고, 융통성이 없던 답답이였다.

지금은 그래도 자유로와졌지만, 나의 고지식함을 때때로 발견하곤 한다.

 

 

셔츠 2장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혈액순환까지 왔다! 

생각의 흐름대로 글을 써 보는 것도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