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초사고 글쓰기 도전하다

Day 5_자아탐구 : 인생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장면

viva J 2024. 4. 11. 23:31

3가지 장면 찾기 & 인상적인 이유와 감정, 느낌, 생각

 

 

장면 1)

 

1996년 여름, 몽블랑의 유스호스텔 8인실.

체격이 좀 있는 영국 중년의 아줌마가 큰 배낭을 꾸리고 있다. 혼자 여행하고 있단다. 

영어가 짧아서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혼자 장기간 여행중이라고 하신다.

 

충격이었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내가 알고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은, 집안 살림하면서 남편 내조하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현모양처가 전부였다.  뭐 가끔 뉴스에서 전문직 여성이 나오긴 했으나, 정말 특별하고 희귀한 케이스니까 나온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보통의 중년의 아줌마도 혼자 배낭여행을 할 수 있다니...! 당시 그 분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 정도. 지금 나 혼자 장기간의 나홀로 배낭여행을 할 수 있는가?

 

유럽의 어떤 풍경도 건축물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교과서에서 보던 장면이랑 같구나 정도였다. 내가 잘 몰라서 일 수도 있다. 알면 보이는 법이니까.

그러나 그 분과 나눈 짧은 대화는 충격이었고, 이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일은 그 후, 배낭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의 의지로 선택하고 행동하고 결과까지 얻어내게 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장면 2)

 

영화의 한 장면이다. 언젠가 블로그에도 썼던 것 같다. 혼자 살던 아버지 집에 가족들이 돌아왔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장면이다. 떠나가는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던 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었다.

 

아! 인생은 결국 혼자구나. 왁자지껄했어도, 결국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구나!

 

어쩌면 혼자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삶 자체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립되거나, 친구들과 연락이 끊어지거나 했어도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여기게 하는 계기였다.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과 관계가 끊어지고, 새로 만나고의 반복이었고, 미련을 갖지 않게 되었다. 삶은 본래 그러하기에.

 

 

 

 

 

장면 3)

 

계단참의 창문으로 보이는 붉은 노을과 곧 어두워진 겨울하늘. 

일곱살의 나는 무서웠지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렴풋한 기억 중 하나는 어린 나이에도 괜찮은 척 하는 마음이다.

 

사실은 너무 무섭고, 엄마아빠가 안 올까봐 두려웠다.  열쇠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문 밖에서 숨어 있던 그 때. 이 장면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십이 넘은 지금도 영향을 줄 때가 있다.

 

새로운 시작을 계획했다가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서 나를 묶어버린다. 구석기시대의 유전자와 나의 어린시절 경험이 만나 만들어진 프레임. 

 

알고 있기에,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냥 버리고 행동하면 된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효과적이다. 쓰는 동안 그 장면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나를 얽매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